Backup
처음 내 컴을 장만하고 난 그 때를 제외하고는 아버지 컴을 만드는게 내 컴보다 앞섰었다. 아버지의 컴 사용 실수로 살리지 못한 데이타의 손실이나 하드불량은 "타자가 느려 다시 채우려면 또 몇 달을 허비해야 한다"던 심려에 비할 수 있었을까? 에 대한 답이었다. 그런 행위들의 결과들은 내 개인적인 파일들과 컴과 커뮤니티에 대한 미련과 흥미를 잃어버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몇 년간, 컴과 폰을 멀리하게 되어 '언제까지 비문명인으로 남아있을래?'하던 친구가 쓰던 컴 2대와 프린터는 주기적으로 우선시 되던 아버지 1컴과 프린터의 고장으로, 몇 달전 친구가 컴 사라고 보내준 돈은 오래된 세탁기 구매와 치과에 흘려 보내졌었다. 고쳐쓰던 컴이 또 며칠동안 맛이 가서 테스트 하던 중에 CMOS 인식조차 못하던 2테라 하드의 부분적 백업 성공에 사뭇 흥분에 빠졌었었다. 5테라 넘는 용량에서 거의 다 지우고 3.5테라를 우겨 넣었다. 무미건조한 일상의 자위들로만 가득한 언행들이 어질러 놓은 버리지 못하는 것들이다. 보지도 않을 생소했었던 폴더들이 뒤섞여 펼쳐져 있는데 정리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지워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아쉬움과 미련으로 정리를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으려는 귀차니즘일 것이다. 기억이 꿈이 되고 그 꿈이 기억으로 변해 어느샌가 그 기억을 믿지 못하는 현실 혹은 믿는 현실이 되곤한다. 내가 기억하던 기억이 어느샌가 꿈이 되어 꿈을 꾸고 꿈꾸며 꿈속을 헤메다 그 꿈이 기억이 되어 꿈꾸지 않으면, 기억을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을 기억하고자 꿈속을 헤메는 내 기억은 기억인 척 꿈꾸는 현실에 갇혀 기억을 기억으로 만드는 기억을 기억하고 또 꿈꾼다. 다른 이들에게 듣는 가지지 않은 생각을 가진 나의 행동과 기억, 그 기억조차 없어 생각하는 기억조차 없어진다면 데이타로 남겨지는 편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느낀다. 때로는 컴파일들처럼 남겨진 기억들도 백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